뇌, 생명, 우주를 꿰뚫는 하나의 원리? 칼 프리스턴의 자유 에너지 원리
뇌는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는 어떻게 혼돈 속에서 자신을 유지할까요? 여기, 뇌과학과 생물학, 심지어 인공지능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통합 이론이 있습니다. 바로 신경과학자 칼 프리스턴이 제안한 자유 에너지 원리입니다.
이름은 조금 어렵게 들릴지 몰라도, 그 핵심 아이디어는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하게 닿아있습니다. 오늘 지식의 우주에서는 우리 존재의 근본적인 작동 방식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공하는 자유 에너지 원리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탐험해 보겠습니다.

뇌는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예측 기계
자유 에너지 원리란 무엇일까?
자유 에너지 원리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세상에 대한 놀라움, 즉 예측 불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놀라움을 물리학과 통계학의 용어로 표현한 것이 바로 자유 에너지입니다.
우리의 뇌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스펀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예측을 쏟아내는 아주 능동적인 예측 기계에 가깝습니다.
- 내부 모델: 뇌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내부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 예측 생성: 이 모델을 사용해 다음 순간에 어떤 감각 정보가 들어올지 미리 예측합니다. 예를 들어, 문고리를 잡으면 차갑고 단단한 감촉이 느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식이죠.
- 예측 오류: 만약 실제 감각 정보가 예측과 다르면, 뇌는 예측 오류를 감지합니다. 예상과 달리 문고리가 뜨거웠다면 뇌는 깜짝 놀라며 예측이 틀렸다는 신호를 받게 됩니다.
자유 에너지 원리는 바로 이 예측 오류, 즉 놀라움(자유 에너지)을 줄이는 것이 뇌와 모든 생명 시스템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라고 설명합니다.
정확성과 유연성의 줄다리기
그렇다면 예측 오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세상의 모든 것을 아주 세세하게 기억하고 예측하는 완벽한 모델을 만들면 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자유 에너지 원리는 모델의 정확성과 복잡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오컴의 면도날 원리와도 통합니다. 너무 복잡한 모델은 과거 데이터는 잘 설명할지 몰라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상황에는 대처하기 어려운 경직된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지나치게 단순한 모델은 정확도가 떨어져 계속해서 예측 오류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따라서 뇌는 세상을 충분히 잘 설명하면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모델을 유지하려고 애씁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두 가지 방법
뇌가 예측 오류라는 놀라움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1. 지각: 내부 모델 업데이트하기
첫 번째 방법은 예측 오류를 바탕으로 자신의 내부 모델을 수정하는 것입니다. 뜨거운 문고리에 놀랐다면, 뇌는 이 문고리는 뜨거울 수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내부 모델에 추가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더 정확하게 배우고 이해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고 학습하는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예측하고, 틀리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세상에 대한 이해를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는 것이죠.
2. 행동: 세상을 예측에 맞추기 (능동적 추론)
두 번째 방법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자신의 예측을 바꾸는 대신, 행동을 통해 세상을 자신의 예측과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능동적 추론(Active Inference)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컵에 커피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예측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컵을 들어 마시는 행동을 합니다. 이 행동을 통해 컵에서 커피가 흘러나온다는 감각 정보를 얻음으로써, 나의 예측은 현실이 됩니다. 이처럼 능동적 추론은 우리가 왜 행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설명을 제공합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결국 미래의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고, 세상을 내가 이해하고 예측하는 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인 셈입니다.

나와 세상의 경계, 마코프 블랭킷
자유 에너지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은 마코프 블랭킷입니다. 이는 시스템(나)과 외부 환경(세상)을 구분하는 통계적인 경계를 의미합니다. 조금 복잡하게 들리지만, 우리 몸의 피부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 우리의 감각 기관(눈, 코, 귀, 피부 등)은 마코프 블랭킷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이 감각 기관을 통해서만 외부 세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우리의 행동(손짓, 발짓, 목소리 등) 또한 이 마코프 블랭킷을 통해 외부 세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마코프 블랭킷은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경계입니다. 이 경계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모든 정보에 압도당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생명체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이 보이지 않는 담요에 있는 것입니다.
자유 에너지 원리가 그리는 큰 그림
자유 에너지 원리는 단순히 뇌의 작동 방식을 넘어 생명과 지능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줍니다. 뇌의 복잡한 계층 구조가 왜 세상을 효율적으로 예측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했는지 설명하고,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과정 역시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이론이 생명의 기원과 같은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 하지만 뇌와 마음, 그리고 생명 현상을 하나의 통합된 원리로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혁신적인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식의 우주 코멘트
단순히 놀라움을 피하려는 기본 원칙 하나가 이토록 복잡하고 경이로운 뇌와 생명 현상을 만들어 냈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어쩌면 우리가 매일 무언가를 배우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세상을 탐험하는 모든 활동이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확실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우리 존재의 근본적인 몸부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 자체가 바로 살아있다는 가장 큰 증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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