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주 정거장(ISS)에서의 하루, 그 놀라운 일상 속으로
지구 위 400km 상공, 축구장만 한 크기의 거대한 구조물이 시속 28,000km라는 상상조차 어려운 속도로 고요히 날고 있습니다. 바로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건축물 중 하나이자 우주를 향한 전초기지, 국제 우주 정거장(ISS)입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나라의 우주비행사들이 몇 달씩 장기 체류하며 지구와 인류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데요. 과연 그들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은 지구의 평범한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서의 특별한 24시간을 함께 생생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오전 6시: 우주에서의 기상, 그리고 특별한 아침
국제 우주 정거장의 하루는 전 세계 관제 센터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그리니치 표준시(UTC)를 기준으로 시작됩니다. 보통 오전 6시가 되면 알람 소리와 함께 우주비행사들의 하루가 열립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지구와는 다릅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대신, 벽에 고정된 침낭에서 나와 둥실 떠오르며 하루를 맞이하죠.
아침 위생 관리부터가 하나의 작은 임무입니다.
- 세면과 양치: 물을 마음껏 쓸 수 없기에 모든 것이 절약과 효율에 맞춰져 있습니다. 물방울이 기계 장치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뿜어주는 기구와 흡입기를 동시에 사용하며 세수하고, 거품이 나지 않아 삼켜도 되는 특수 치약을 사용해 양치질을 합니다.
- 이발과 청결: 머리카락 한 올, 피부 각질 한 조각도 정밀한 기계에는 치명적인 고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공청소기 호스가 연결된 특수 이발기로 머리카락이 흩날리지 않게 자르고, 수시로 주변을 청소하며 청결을 유지해야 합니다.
아침 식사 시간의 메뉴는 생각보다 풍성하지만, 먹는 방법은 까다롭습니다. 수분을 제거한 건조 식품이나 레토르트처럼 특수 가공된 음식을 오븐에 데워 먹습니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 같은 한식 메뉴도 우주로 올라가 인기를 끌었죠.
모든 식기는 벨크로(찍찍이)로 식탁에 단단히 고정하고, 소금과 후추는 액체 형태로 사용하며, 음료는 빨대가 달린 밀봉 팩으로 마십니다. 빵 부스러기가 떠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토르티야를 즐겨 먹는 것도 우주 생활의 지혜입니다.
오전 7시 30분: 지구와 소통하며 업무 시작
식사를 마친 우주비행사들은 지구 각국의 관제 센터와 데일리 플래닝 콘퍼런스(DPC)를 열어 그날의 세부 일정을 최종 점검합니다. 마치 지구의 직장인이 아침 회의로 업무를 시작하는 것과 같죠. 그들의 하루는 5분 단위로 빽빽하게 계획되어 있으며, 주어진 임무는 크게 과학 실험과 정거장 유지 보수, 그리고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으로 나뉩니다.
- 최첨단 과학 실험: 국제 우주 정거장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미세 중력이라는 특수 환경을 활용해 지구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실험을 수행합니다. 자신의 몸 자체가 실험 대상이 되어 혈액, 소변 샘플을 채취하고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으며 인체의 변화를 기록합니다. 또한, 식물이 중력 없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지 관찰하거나, 새로운 의약품이나 합금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도 진행합니다.
- 우주 정거장 유지 보수: 국제 우주 정거장은 수많은 첨단 장비로 이루어진,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기계입니다. 따라서 시설을 점검하고 수리하는 일은 생존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임무입니다. 생명 유지 장치의 공기 필터를 청소하고, 냉각 시스템을 점검하며,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는 등 우주 위의 만능 수리공이자 엔지니어 역할을 해냅니다. 때로는 정거장 외부의 수리를 위해 7시간이 넘는 고된 우주 유영(Spacewalk)에 나서기도 합니다.
- 강도 높은 의무 운동: 미세 중력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우리 몸의 근육과 뼈는 사용하지 않는 기계처럼 빠르게 약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은 매일 약 2시간씩 의무적으로 운동을 해야만 합니다. 몸을 강력한 고무줄로 고정한 채 달려야 하는 특별한 러닝머신이나 진공 실린더의 저항을 이용해 스쿼트, 데드리프트 같은 근력 운동을 하는 ARED 같은 특수 장비를 활용합니다.

오후 7시 30분: 업무 종료 후의 저녁과 자유 시간
저녁 식사와 함께 그날의 업무를 정리하고 지구에 보고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하루 일과는 마무리됩니다. 이후 주어지는 개인적인 자유 시간은 고립된 우주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 지구와의 소통: 가장 중요한 활동은 역시 가족, 친구와의 소통입니다.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영상 통화를 하며 지구의 소식을 듣고 그리움을 달랩니다.
- 개인적인 취미 생활: 각자 가져온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 최고의 인기, 지구 관측: 돔 형태의 대형 창문이 달린 전망대 모듈 ‘큐폴라’에서 푸른 지구를 바라보는 것은 모든 우주비행사가 꼽는 최고의 여가 활동입니다. 국제 우주 정거장은 90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돌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하루에 16번의 경이로운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후 9시 30분: 우주에서의 고요한 취침
모든 일과를 마친 우주비행사들은 각자의 개인 수면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벽에 수직으로 부착된 침낭 안에 몸을 고정하고 잠을 청하며,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의 길고도 분주했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지식의 우주 코멘트
지구 위 400km 상공에서 펼쳐지는 국제 우주 정거장의 하루, 정말 치열하면서도 경이롭지 않나요? 그곳에서의 모든 평범한 일상은 사실 인류의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숭고한 노력의 일부입니다. 우주비행사 한 명 한 명의 땀과 헌신 덕분에 우리는 우주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언젠가 화성으로 떠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죠. 다음에는 더욱 신비로운 우주의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